발 디뎌본 적 없는 곳을 늘 동경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 나오는 바다의 한 장면에 대한 생각의 파편을 줍는 일입니다. 오전과 오후의 어정쩡한 시간, 내게 있어서 '동경'이라는 말의 어원은 '릴케의 바다'라고 감히 밝혀 봅니다. 수평선을 향하여 돛을 올리며 떠나는 사람을 늘 꿈꾸었죠.

"이루었더냐, 무엇을?“ 포구를 겉돌며 수평선을 자맥질하는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 흉내를 내보기로 합니다. 글쎄, '동경'이라는 단어 하나, 그때 중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 안에서 주워든 그 낱말 하나가 내 생의 키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단단히 내 안에 똬리를 틀어도 너무 단단히 똬리를 틀었네요.

늘 꿈꾸게 하는 말, 동경은 나의 친구, 벗이며 애인입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세상이라는 바닷가에서 철썩이는 잔물결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도 바다를 향하여 설레임의 깃발을 내걸어 봅니다. 어떤 암초에 걸리더라도 배가 파손될 염려가 없다는 자신감, 동경이라는 등대가 늘 길을 밝히고 있어서입니다.

노스탤지어와는 엄격하게 구별되는 말, ”동경‘이라는 낱말은 저의 정신과 마음, 세포와 뼈 곳곳에 새겨져 있는 내 유전자 암호입니다. 암호 해독법이라고요?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야 하겠죠?

늘 저는 어디론가 떠납니다. 떠난다는 행위 자체가 제게 설레임을 주기 때문입니다. ’설레임이 주는 온도’에 중독이 되면 답이 없습니다. 늘 새로움이 주는 일상입니다.

설레임이 주는 온도가 꼭 어떤 장소를, 어떤 사람을 떠날 때만 있는 게 아니죠. 글자가 주는 온도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독서를 통한 설레임이죠. 작가와 마음이 통하는 즐거운 시간, 그 시간만큼 설레고 재미있는 시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 편의 시, 한 장의 그림, 단 몇 분의 음악 등등, 그럴 때 설레임은 그 깊이와 높이와 넓이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를 향하여 열려 있는 마음의 창문 같아서 나를 환기시키고 나를 재생산하는 마음공작소 같기도 합니다.

흔히 현관문 도어록엔 4개의 건전지를 가지고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나’를 잘 기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건전지 용량이 하나라도 비면 도어록이 열리지 않는 것처럼, 내가 잘 기능하지 않을 때 어떤 건전지 용량이 방전되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자존감이 낮아져 버렸는지 – 그래도 괜찮아요, 힘내세요!

학습된 무력감인지 – 누군가 나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나요?

*가스라이팅 : 무의식적으로 주입시키는 부정적인 생각과 사고방식

자신감이 문제인지 – 걱정 마세요. 잘하고 있다고 자신을 추켜세워 주세요!

자존심이 문제인지 – 내 안의 날개를 조금 더 넓히면 날 수 있다니까요!!!

나는 지금 충분히 기능하고 있을까요? ‘네!’라고 대답하시길 바랍니다. 아니어도 긍정적으로 대답하면 우리 뇌라는 자동차는 그 말을 사실로 알아 듣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핸들을 돌립니다.

설레임이 주는 온도! 오늘도 ‘맑음‘입니다

◼ 박주희 본지 교육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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