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도 참여하의 개혁이란 '중도통합론' 말했다

  1976년 5월 25일 신민당 전당대회 장소이던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과관 자리)에서 각목을 든 깡패들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신민당 당권과 지도체제를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간의 정면충돌이었다.

▲  신민당 각목대회...자료사진

김영삼 총재의 연임을 통한 단일지도체제의 연장을 원하던 김영삼계 주류와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 이철승을 대표최고위원으로 밀어 당권을 잡으려는 비주류의 집단 폭력사태, 이른바 신민당 각목전당대회다. 이 싸움에서 김영삼계 주류는 대회장을 장악한 비주류 당원과 폭력배들에 의해 관훈동 당사로 쫓겨났고 비주류는 이철승을 내세워 전당대회장을 장악했다

후일 김태촌은 자신의 회고록에 차지철의 사주를 받아 이철승을 돕기 위해 조직원을 이끌고 전당대회를 방해했다고 썼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전당대회를 무산시킨 김태촌은 부하들을 이끌고 김영삼 총재가 있던 관훈동 신민당 당사를 공격했다. 이때 김영삼계 주류 국회의원들은 김영삼이 있는 총재실로 대피, 바리케이트를 치고 버텼다.

이에 총재실을 포위한 김태촌은 문을 열고 나오라고 소리쳤다. 김영삼은 "깡패 놈들에게 굴복해? 내 기어이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철승을 매장하고야 말겠다."라고 외치면서 강력히 저항했다. 급기야 깡패들이 도끼로 총재실 문을 부셨다. 그러자 김영삼은 몇몇 의원들과 함께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실려갔다. 당사를 장악한 김태촌 일당은 신민당 대의원 명단을 불태우고, 직인을 강탈했다.

이 사태로 신민당은 분당 지경으로 몰렸다. 이에 중도파 등이 분당은 안 된다며 중재안을 제시, 이충환을 총재권한대행으로 하여 수습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이철승이 이끄는 비주류의 뜻대로 당의 지도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로 바꾼 뒤 9월 15일 통합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리게 된 9월 15일 전당대회도 각목대회였다. 이날도 김태촌이 동원한 조직폭력배들이 전당대회장에 난입,  각목을 휘둘러 김영삼 측 대의원을 전당대회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은 것이다. 이철승은 이들의 도움으로 자파 대의원들에 의해 대표로 선출되었다.

문희상 비대위 당시 김성곤 전당대회 의장의 문재인 위주 경선룰 확정, 깡패들이 모바일 부대로 바뀐 것, 정권의 공작보다 더한 인터넷 공작부대의 공작...이로 인한 문재인의 당권장악은 정확하게 39년 전 이철승의 당권장악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보이지않는 손의 작용도 같다.

1976년의 작전은 야당이 국민들을 위한 정치는 하지 않고 당권 싸움이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박정희 정권의 공작이었다. 또 이 공작과 함께 강성야당을 와해시키면서 자신들의 공작이 가능한 무늬만 야당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정권의 사주를 통해 당권을 잡은 이철승은 자신의 지론대로 ‘참여하의 개혁’이라는 ‘중도 통합론’을 제시하며 당을 이끌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권과 결탁한 언론은 매일 야당의 싸움만 보도하고 그 와중에 문재인 파는 당권을 장악하려고 이런 언론을 이용, 혁신쇼니 재신임쇼를 하면서도 '통합'을 말한다.

하지만 이철승이 야당의 당수로 있던 1976년에서 1978년 5.30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야당은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소리를 들으며 ‘사쿠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있으나마나한 야당이었다. 그래도 이철승의 당권은 확고했다. 임기를 채우고 연임도 노렸다. 권력은 필요할 때 야당끼리 싸우도록 은밀히 비리를 흘리고, 야당은 계파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만 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 또한 있으나마나한 야당인 것도 같다. 부패지수에서부터 계파싸움 정치까지 어느 하나 다른 게 없다.

그러면 그 끝은? 1년 후의 부마사태를 위시로 극도의 혼란상태가 이어지다가 결국 박정희가 자신이 신임하는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죽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이철승은? 그도 한때는 김대중 김영삼과 트로이카로 40대 기수론의 전면에 있었던 기린아였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은 대통령을 지냈지만 이철승은 영원히 ‘사쿠라’의 딱지를 벗지 못했다.

전두환의 2중대로 불린 민한당의 유치송, 김영삼 김대중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당 총재가 되어 신한민주당을 이끌다가 전두환의 민정당과 '내각제 야합'을 하려던 이민우, 김대중 은퇴 후 막강한 민주당을 물려받았으나 지리멸렬 야당으로 만든 이기택...이들은 역사에서 흔적이 없다.

오늘 문재인 자택에서 만찬상을 두고 화기애애한 야당의 일명 최고위원이란 지도부...그들이 과연 지금 무엇을 하는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들은 야당이라고 할 수 없다. 당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국회의원의 1년 농사인 국감도 내던진 그들이다. 국민을 대표하여 정부의 살림을 감시하라는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소식은 “꼴불견 백태” “국정감사 중간평가 '후하게 줘도 D학점'” 등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엉망진창이다. 그러니 정부는 희희낙락이다.

그런데도 야당이 술잔을 놓고 파안대소하며 선거승리를 말하고 화합을 말하며 그들만의 잔치만 열중이다.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실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어떤지 관심도 없다.

임두만 컬럼니스트  webmaster@shina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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